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 제목 | 성 베네딕토 아빠스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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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07.13 | 작성자 | 바오로 수사 |
| 첨부파일 | 조회수 | 4555 | |
제1독서: 잠언 2,1-9
제2독서: 콜로 3,12-17
복 음: 루카 22,24-27
서기 150년경 쓰여진 ‘마리아 막달레나 복음’이라는 위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은 자연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열정을 불러온다.” 이 시대 자본주의 소비 사회가 겪고 있는 환경오염과 생태위기를 미리 내다본 말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 이런 자극적인 제목이 매스미디어를 장식하곤 합니다. “10년 뒤 ‘부산’ 물에 잠긴다.”, “불과 20년 후면 부산은 사라질지 모른다.” 부산처럼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에는 비상등이 커졌습니다. 뉴욕도 베네치아도 해안에 방어벽을 설치하고 있다고 하지요. 부산도 해상도시 건설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알프스의 거대 빙하 붕괴로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소식이며 인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호주에서는 대형 홍수로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집니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대규모 산불과 가뭄으로, 한쪽은 홍수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뉴스에 익숙해 그다지 놀랍지도 않습니다.
많은 과학자나 환경 단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지구 생태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우려해 왔습니다. 우리 교회도 이에 공감하면서 생태적 의식을 깨우치는 여러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우리의 생태적 회개를 일깨웠습니다. 그러면서 피조물과 맺는 건전한 관계가 우리의 온전한 회개의 한 차원이라는 것을 깨닫자고 힘주어 강조하셨지요.
하느님께서는 온 우주와 생물과 우리 인간을 창조하시고 보시니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길은 이 좋은 지구에서 모든 피조물이 서로 공생하는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길을 창조 영성이라 표현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이러한 창조 영성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와 기쁨, 그리고 하느님의 좋으신 선물을 경외감으로 즐기며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는 이러한 길을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신 분이셨습니다.
성 베네딕도의 생애에 등장하는 까마귀는 이런 상징적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매일 저녁때가 되면 가까운 숲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베네딕도의 손에서 빵조각을 받아먹곤 했습니다. 성 베네딕도는 이렇듯 까마귀로 대표되는 동물들을 사랑했으며 우정을 맺고 살았습니다. 암묵리에 생물들과 화합을 이루며 친밀한 유대를 맺고 살아갔습니다. 동식물 또한 하느님의 창조물이기에 우리 인간 또한 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성 베네딕도는 분명히 깊이 느끼고 교감했으리라 봅니다.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정주 서원을 하면서 한 공동체, 한 장소에 머물기를 선호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도원 주변을 잘 가꾸고 돌보았습니다. 자신들이 평생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를 해칠 어떠한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위 환경도 더 예쁘고 아름답게 가꾸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습니다. 이처럼 베네딕도 회원들은 한 장소에서 주로 살아가며 그 곳에서 하느님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이 하느님의 집인 것처럼, 수도원은 또한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집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 집사이며 손님으로서 살아갑니다. 우리 또한 이 세상의 순례자이며 피조물일 따름입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성 베네딕도의 생각은 성규 곳곳에 배겨져 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성 베네딕도는 겸손을 우리가 하느님 현존 안에서 취해야 할 가장 적절한 태도라 보고 강조하셨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겸손이라는 말의 어원은 흙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 흙의 먼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근원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장상과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주님을 찬양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겸손은 사람을 우선시하고, 통제보다는 봉사를 우선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 베네딕도는 노동을 존중했습니다. 물질 또한 하느님 창조의 일부분이기에 노동 역시 이 세상에서 중요한 삶의 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성화되도록 격려하고 이끌었습니다. 성 베네딕도는 우리가 아주 작은 것이더라도 제단의 축성된 그릇처럼 조심스럽게 잘 돌보아야 한다고 했지요. 이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지속적인 창조적 돌봄에 우리 수도승이 참여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주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당신의 피조물을 통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창조주이신 것입니다. 이것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인 ‘호모 파베르’로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실현하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를 위한 방편이기도 한 것입니다.
성 베네딕도께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가르쳤습니다. 곧 병자와 어린이, 손님과 가난한 이들을 주의를 기울여 돌보며 이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보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이와 같은 가난하고 무력한 이들에 대한 관심은 우리 인간의 절제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님의 피조물인 생물들로 향하게 합니다. 또한 생태계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향해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활짝 열도록 이끌어 줍니다.
이러한 성 베네딕도의 창조 영성을 요약해서 한 베네딕도회 회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승은 지구의 적이 아니라 지구의 친구가 되는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오늘 우리 모두 사부이신 성 베네딕도 아빠스 대축일을 경축하면서 베네딕도회 수도승 생활의 일상 안에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안에 흐르는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기쁨으로 응답하고 찬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 베네딕도의 전구와 함께 성령의 역동적인 이끄심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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